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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류산업협회 지적재산권보호센터는 ‘위조상품 식별 및 단속요령’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80여 쪽의 이 책자는 위조상품의 문제점, 유통실태, 단속요령 등과 함께 루이뷔통 샤넬 구치 카르티에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가짜를 식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흔히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상품을 철저히 단속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명품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썩 신통치 않다. “누가 몰라서 짝퉁을 사느냐”는 것이 이들의 반문이다. 진품보다 훨씬 싼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대부분 소비자들은 짝퉁인 줄 알면서도 산다는 것. 한 명품브랜드 관계자는 “짝퉁을 생산 판매하는 업자들도 문제지만 소비자의 의식도 중요하다”며 “프랑스와 같이 정부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위조상품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1995년부터 ‘모조품 단속에 관한 롱게(Longuet)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유럽연합(EU)의 모든 국가에 확대됐다. 위조상품 제조는 물론 위조품을 사는 소비자까지 처벌하는 강력한 이 법을 통과시킨 주역은 ‘콜베르 위원회’였다. 1959년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권익단체로 만들어진 콜베르위원회는 현재 6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뿐 아니라 ‘프랑스 명품’의 이익을 대표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 ‘한국 콜베르 위원회’를 만들었다. 프랑스 밖에서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콜베르위원회가 생긴 것이다. 한국은 명품 브랜드들의 커다란 시장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모조품 시장도 발달돼 있다는 뜻. 최근 세계적 브랜드를 가진 한국 기업들이 콜베르와 같은 ‘한국 명품 위원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진정한 명품 생산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먼저 정부의 진지한 노력과 소비자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 동아일보 / 2004.06.30 |